[축구팬 이야기]아쉬움이 컸지만 비겨서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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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항세| 작성일 :17-04-17 13:28| 조회 :1,149| 댓글 :0본문
연변추구자추국팬클럽 회원들이 경기전부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50대 후반인 룡정시 축구팬 김선생은 지난 광주부력전에도 경기장을 찾았다가 ‘다시는 뽈구경을 안 온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선참으로 연길에 달려왔다. 화룡 숭선태생이지만 어린 시절을 서성에서 보낸 그는 서성의 후배들과 같이 뽈구경 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해에는 세번이나 입장권을 4장씩 구매해서 후배들을 끌고 경기장을 찾기도 하였다. 그러던 그가 연변팀의 성적이 저조한 요즘에는 더구나 안절부절, 후배들이 경기장에 가지 않을가봐 걱정이다. 전날까지 뽈구경을 입밖에 내지 않더니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온다. “몇시 차던가?”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넌짓이 물어오다가 “뽈구경 갈가?”하고 본심을 들어낸다.
결국 서성치들이 넷이 모이고 점심부터 함께 먹는다. 그들만이 가는 자그마한 음식점에서 마른 명태에 맥주 한병씩 마시고 신라면을 끓여 먹으면 끝. 그리고는 택시를 잡아 타고 일찌감치 경기장에 달려간다. 오후 2시전에 입장한 그들은 연변추구자 축구팬클럽이 자리한 15구역에 자리하고 그들의 응원을 구경하면서 오늘 경기 결과에 대해 추측한다.
“난 이번엔 꼭 이긴다고 생각해!”
“나도 이길거라고 믿소. 인젠 몇번이요? 아짜아짜하게 진게.”
서로들 이긴다는 결과에는 두말이 없었지만 1:0으로 이기는가 아니면 2:1로 이기는가 하는데는 좀 견해가 달랐다. 결국 1:0으로 이긴다는 김선생이 200원을 걸고 틀리면 자기가 저녁을 쏜다고 장씨가 2:1로 이긴다고 200원을 걸었다. 저녁 밥 사는 도박이지만 결국 연변팀이 이긴다에 건 돈이라 다들 기분만은 좋았다.
마침 대방의 꼴문뒤라 전반전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고 보다가 아짜아짜한 장면만 나오면 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그들을 보고 주변에 앉은 축구팬들이 우습다고 난리다. 전반전 결속 휘슬이 울리자 “야, 여기서는 잘 안보인다. 저쪽에 가자!” 김선생이 선동해서 11구역 높은 위치로 자리를 옮긴다.
꼴문 뒤에서 보다가 시야가 확 트인 곳에 오니 경기전반을 분석하고 읽어보기가 좋았다. 그런데 아뿔사, 후반전 55분경, 대방에 선제꼴을 내주는 연변팀. “야, 이게 뭐야? 또 우리 선수 발에 맞쳐 들어갔다.” 풀이 죽은 김선생, 얼굴 기색이 안 좋다. 저녁밥을 사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너무나 안타까운 것이다.
장씨도 얼굴기색은 말이 아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될거요. 오늘 다 잘했는데 마지막 꼴 결정력이 없구 운이 따라주지 않소.” 자아위안을 하면서 말이다.
꼴을 먹은 연변팀이 김파까지 동원해서 공격을 강화한다. “저 김파가 명암2대 출신이라면서?” 김선생이 말하고 장씨가 아무개네 둘째 아들이라고 설명한다.
67분경 윤빛가람이 올린 크로스가 보기좋게 스티브를 찾아가고 스티브의 강슛이 하늘로 날아가자 “왈라다, 왈라, 오늘은 꼴운이 없나부다.” 김선생이 말하고 장씨가 “이렇게 자꾸 뚜드리면 열린다니까.”하며 바싹 신경을 도사린다. 10분이 지났을가? 윤빛가람이 허리께서 찔러준 사이패스를 리용하여 김승대가 시즌 첫꼴을 작렬시킨다.
“와, 됐다! 됐다! 인젠 꼴이 들어간다!” 김선생이 아이처럼 퐁퐁 뛰고 장씨도 어느새 튕겨일어나 환성을 지른다. 그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감돈다. 흥분도 잠시 경기장내에서 움직이는 공을 따라 두사람의 눈길은 움직이고 바깥공이나 반칙으로 경기가 중단 될때마다 그들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아직 십분이 남았소, 아직 5분이 있소.”하다가 결국 심판이 아무때나 종료휘슬을 불수 있을 때에야 그들은 “빅어도 좋지무 양”하면서 경기결과에 만족을 표시한다.
그런데 이제 막 끝날 것 같은 찰나에 오른쪽 날개께로 대방의 금지구역까지 파고 들어 대방의 수비수와 키퍼마저 따돌리고 넘겨준 윤빛가람의 절호의 패스를 스티브처럼 하늘로 날려보낸 김승대…
“아~ 이게 뭐야?! 이게…줴싸(绝杀)기회인데…” 김선생보다 장씨가 아쉬움이 컸다. 꼴만 났더면 귀신같이 2:1 결과를 맞출 번한 장씨가 아닌가.
선제꼴을 내주고도 악착같이 달라붙어 동점꼴을 뽑고 또 하마트면 이길번한 경기를 두고 아쉬움은 컸지만 다음번에는 꼭 이길거라는 확신으로 그들은 또 진달래광장부근의 불고기집을 찾았다. 술값은 물론 김선생과 장씨의 몫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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