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연변팀도 팬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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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화| 작성일 :18-08-27 15:18| 조회 :1,111| 댓글 :0본문
그간 TV로만 지켜봐도 확연히 느낄수가 있었다. 오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함성소리가 낮아졌고 화면에 주로 잡히는 주석대 맞은켠 관중석은 휑하니 비여있을 때가 허다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일은 확실히 달랐다. 8월25일, 이날 연변팀 경기는 밤경기였지만 12000여명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주었다. 그속에는 2년만에 경기장을 찾은 나도 들어있었다.
경기장안으로 들어서자 3구역에 앉은 로인악대가 연주하는 연변의 명곡 ‘제비가 돌아왔네’ 선률이 관중석 몇구역이나 건너 뛰였는데도 우렁차게 들려왔다. 반갑게도 돌아온 건 ‘제비’뿐만이 아니였다.
분명 매체 지정석이 있는 주석대입구로 경기장안을 들어 왔는데도 마주 보이는 맞은 켠 10구역이 지붕덮인 관람석으로 착각될 만큼 자리가 가득 메워져 있었다. 불과 몇주전 TV로 봤을 때만 해도 좌석밑에 그려진 대형 진달래꽃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스산하기 그지 없었지만 오늘은 완전 딴판이였다.
물론 태풍이요, 폭풍우요 하더니 운좋게 그것이 연변지역을 비켜가는 바람에 더 많은 축구팬들이 경기장 나들이에 나설수 있게 된 원인도 있는 것 같다. 거기에 구경하기 딱 좋은 푸근한 구름까지 얹어주니 축구팬들의 기분을 돋구기에는 날씨도 어느정도 한몫 한듯 싶다.
꼴키퍼 주천선수의 가족응원단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온 한 아기엄마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자리에서 여러번 일어나 자주 눈길이 갔다. 아기가 칭얼거리며 보챌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흔들어 주다가 애가 겨우 잠드나 싶으면 연변팀이 아짜아짜한 장면을 연출하는 바람에 또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서던 아기엄마 축구팬, 그러다 애가 울음이 터져 버리면 애를 품에 안고 부랴부랴 경기장 복도로 달려 나갔다.
아기엄마는 흔들이자세를 멈추지 못하고 아기를 어르고 달래면서도 공이 움직이는 쪽으로 목을 빼들고 짬짬이 결과를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대단한 축구팬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가가서 물어보았더니 애 이름은 전민서, 생후15개월이라고 했다. 애엄마인 김란(32세)씨는 출산후 처음으로 경기장 나들이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아기 돌보기와 뽈구경을 용케도 병행했다.
출산 후 처음 축구장 나들이에 나선 김란씨
출산직전까지 남편과 함께 일년 시즌권 티켓을 끊어갖고 축구구경을 다녔는데 오늘은 출산후 처음이라 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우기 골수축구팬인 민서 외할머니 덕분에 오늘은 흔쾌히 함께 따라 나설수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빈곤부축사업때문에 함께 경기장에 오지 못한 공무원 남편이 못내 아쉬워 외워보기도 한다.
민서보다 더 어려보이는 아이를 안고 응원을 하고 있는 한 할머니축구팬도 눈에 띄웠다. 아기는 첫돐생일이 갓 지난 12개월이라고 했다.
살랑바람이라도 일면 아기할머니는 자신의 옷을 벗어 아기를 감싸고 본인은 반팔로 응원에 나서는 전씨 로인은 알고보니 연변팀 꼴키퍼 주천선수의 고모였다.
아이까지 가족7명이 총동원되여 경기장을 찾은 그 가운데는 주천씨 부친과 모친도 보였다. 더우기 한국에서 갓 귀국하여 처음 아들의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지켜보게 되였다는 주천씨 어머니 안금옥씨, 그는 경기중 아들의 부상에 더없이 마음이 조급해나 관람석 맨앞으로 달려나가 아들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경기후 선수들과 경기장도 못돌고 곧바로 대기실로 향하는 아들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의 부상에 마음 아파 하는 꼴키퍼 주천선수의 어머니(왼쪽)
안옥금씨는 이날 경기에서 여러차례 신들린 선방을 날리며 경기의 승리에 한몫을 보탠 아들이 그저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울 따름이라며 제발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두손 모아 빌었다.
이밖에도 이날 경기장 관람석에서는 발목을 다친 안해를 업고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이 있는가 하면 백일이 금방 지난 3달 배기 갓난 애기를 안고 구경에 나선 젊은 부부도 보였다. 남들보다 어렵사리 경기장을 찾은 그들이였지만 승전고가 울리는 경기장을 나서면서 연변팀의 승리로 인한 행복한 웃음꽃을 피워올리는 흐뭇한 모습들이였다.
발목을 다친 안해를 업고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 남편
팬들의 함성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우렁찼다. 응원도중 목소리가 유난히 커서 눈총을 받았던 사람도, 옆사람과 잠깐 시비를 벌였던 뻘쭘한 사이도, 관람석에서 얼음과자를 팔던 장사군도, 꼴이 터지는 순간 모두 하나가 되여 서로를 얼싸안고 희열을 만끽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연변축구가 예전같지 않다고, 허나 필자가 오랜만에 찾은 연길인민경기장은 의연히 가슴 뜨거운 사람들로 차넘쳤다. 필자는 확신한다. 선전하는 연변팀도, 팬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 길림신문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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